Mission Column

– 51번째

By December 15, 2017No Comments

마감이라는 것

김대규 장로

“마감”의 의미는 크게 두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끝을 맺는다는 의미이고 또 하나는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을 말하는 것이다. 끝이란 의미인 마감이 주는 이미지는 반갑기보다는 서운하거나 부담감을 갖게 하는 것이 사실이다. 세금 마감일이 됐다든지, 한 해가 어찌됐던 끝나게 되었다든지, 지인이 작고했다든지, 하던 일들을 정해진 시간내에 무조건 끝내야 한다든지– 모든 것이 그리 달갑지 않은 느낌을 준다. 이런 것들은 누구에게나 주어져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주어진 시간속에서 다들 비슷하게 보이기도 하는 삶인 것이다. 바로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있는 그대로 주어진 삶의 방법대로 사는 평범한 세월 크로노스이다.

올 한 해도 머지않아 마감을 하게 된다. 아직 우리에게는 한해를 돌아볼 마지막 기회(eleventh hour)가 있다. 세상에 묻혀 지냈는지, 후회는 없는지, 그런대로 보람이 있는지, 새로운 차원의 삶이었는지를 셈하여 볼 필요가 있다. 만일 주어진 시간들을 습관적인 이 세상의 삶으로 살았다면 그 시간들은 크로노스가 되어 한해를 특별한 의미가 없이 보냄에 따라 추억과 역사 속으로 사라져가게 된다. 그러나 주어진 크로노스 시간 속에서 성실하게 살면서 그것을 새로운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추구하는 주관적인 시간(카이로스)으로 바꾸어 붙잡을 수도 없고 다시 오지도 않는 올해를 주님과 교통하는 내면적이고도 영적인 시간(카이로스)들로 지냈다면 성공적인 삶이었다고 본다.

카이로스(Kairos)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면 성격적으로나 본질적으로 전혀 다른 차원으로 바뀌어져 낡지 않는 의미의 새로움(카이노스: Kainos)에서 헤엄치게 된다. 하나님의 은혜로 말미암아 믿음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 영원과 만나 변할 수 없는 산 소망을 붙잡고 참다운 삶 곧 거룩한 삶을 누리게 되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믿는 자로써 세상과 구별되고 우리의 삶이 진정 주를 위한 그리고 주의 뜻을 이루어가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면 우리는 보람된 카이노스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믿는 자로써 포도나무의 가지로 든든히 붙어 있도록 말씀 속으로 들어가려는 몸부림, 한 영혼이 천하보다 귀하여 놓치지 않으려는 영적 전쟁, 주의 일이라면 우선순위로 두는 중심과 헌신, 주께서 가르쳐 주신 사랑으로 섬기려는 발버둥, 진실된 회개와 정직과 성결로 매일 주앞에 바로서기가 우리의 삶으로 이어져 가고 있다면 주님이 바라시는 삶의 시간 카이로스가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주어진 크로노스 시간 속에서 그 시간들을 카이로스로 영위하여 더욱 더 성화되어 나갈 때 우리의 삶속에서는 하나님의 시간에 하나님이 주시는 결실과 열매를 얻게 된다. 이 결실은 카이로스의 시간을 지내면서 하나님의 뜻이 때가 차서 성취케 되는데 성취되는 그 때의 시간을 플레루(pleroo)라 하며 우리에게는 매우 소중한 시간이다. 하나님이 우리 개인에게 향하신 뜻을 성취시켜 주시는 시간이며 하나님이 추구하신 일들의 성취의 시간들이고 구원의 완성의 때의 시간이며 끝에는 하나님의 경륜이 이루어지는 때의 시간이기에 너무나 소중한 것이다.

갈4:4의 “때가 차매 하나님이 그 아들을 보내사 여자에게 나게 하시고”에서 보면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 오셔야만 할 때가 차매 성령께서 여인(마리아)에게 임하게 되는데 여인은 크로노스의 평범한 시간을 성실하게 보내다가 아기를 잉태하여 10개월을 주의 뜻안에서 카이로스의 시간을 보낸 후 하나님의 시간의 때가 차서 아들을 낳아 하나님의 뜻이 성취되는 ‘그 때의 시간’이 플레루이다. 또한 이스라엘 백성이 40년간의 광야생활 끝에 여호수아의 인도로 가나안 땅을 정복하여 하나님의 뜻이 성취된 그 때가 플레루이다. 다윗이 왕으로 부름을 받고 10년간의 시련과 단련의 카이로스 시간을 보낸 후에야 왕으로 즉위된 때의 시간이 플레루이다(참조: 전3:1,2).

이리 볼 때 믿는 자에게는 크로노스의 때가 있고 믿음 안에서의 카이로스의 삶을 살게 된다. 이 카이로스의 삶 속에서는 하나님의 때가 차게 되면 결실을 맺고 성취되는 시간 플레루가 주어지는 것이다. 올해를 마감하면서 주어진 시간들을 어떻게 썼느냐에 따라 지금 어느 시간대에 내 자신이 서 있는지가 완연하게 달라지게 된다.

그러므로 시간의 분별력과 올바른 삶의 방향과 목적이 명확해야 하며 매사에 과정과 결과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깨달아야 할 점이 있다. 우리는 때를 마감하고 열어 가며 주의 일을 할 때 환경이 열리고 여건이 조성되기만 하면 서둘러 열매를 얻고자 한다. 하나님이 행하실 시간 플레루를 내 시간으로 마음대로 끌어당기는 형상이다. 그러나 그 시간은 카이로스의 때일 뿐이다. 주님이 카이로스의 시간을 허락하시고 인도하시고 계심을 안다면 성취도 그분의 때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주의 때. 바로 주님이 이루시는 플레루 시간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가장 끝자락에서 하나님의 가장 큰 완성의 플레루 새하늘과 새땅에 들어가려면 타협없는 참 믿음 안에서의 카이로스의 삶에서 잠시라도 벗어나서는 아니될 일이라는 것이다. 고로 하나님의 때, 개인적으로 또한 하나님의 경륜에서 다가오는 성취의 시간 플레루을 기다리며 카이로스 안에서 충실하게 살며 한 해를 마감하고 또다른 한해를 대비하는 자는 진정 행복하고 복을 받은 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