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sion Column

– 52번째

By January 17, 2018No Comments

새로움

김대규 장로

해가 바뀌면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진다고들 한다. 그러나 코헬렛(Qohelet: 전도서, 대중에게 전도하는 자)은 이 세상의 것들은 새로운 것이 하나도 없이 공허하고 헛되다고 말한다. 부귀도 영화도 명예도 권좌도 불같은 욕망도 잠시 잠간이며 모두가 증기처럼 안개처럼 사라지고마는 헤벨(Hebel:허무, 헛됨, 의미를 모름)이라고 했다. 모든 것이 반복되어지고 변하여 지나가고 나면 기억함이 없다고 했다. 인생무상을 느끼게 한다. 하나도 옳지 않는 말이 없다. 지당한 이야기이고 진리이다.

애당초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과 삶이 이런 것이었을까. 아니다. 죄라는 것이 이런 엄청난 결과를 초래해 무의미한 세상과 삶이 된 것이다. 죄로 말미암은 타락이 이렇게 무섭다. 그런데도 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이 불가사이하다. 아직은 죄의 결과가 최후의 심판으로 온다는 것을 피부로 못 느껴서일까. 헛되다는 세상이 좋다고 세상의 것들과 그 틀에 얽메여서 헤어나지를 못한다. 무에서 무로 끝남을 알면서도— 사탄의 영향력 때문일까.

하나님은 이렇게 깨지고 흩어진 세상과 인간을 회복시키기 위해 십자가의 사랑과 부활을 주신 것이다. 창세 때에 빛이 있으라 하여 어두움을 밝히고 질서가 있게 하신 것처럼 무엇이 무엇인지를 이해 못하는 헤벨에서 주의 뜻이 담긴 진정한 새로움(카이노스)을 느끼고 소유하고 살도록 하신 것이다. 진정한 새로움은 주 안에만 있는 것이고 생성되는 것이다. 그것은 가치가 무한하고 생명이며 참(진짜, 진실)인 것이다. 코헬렛이 시도하는 바도 바로 이것이다.

세상의 흐름에 따라 새해라는 시간이 우리 앞에 있다. 그냥 세상살이로 보낸다면 코헬렛과 같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를 통하여 허무한 세월을 회복시켜 하나님이 창조해주신 뜻대로 살아 갈 수 있도록 헤벨에서 카이로스(주님이 이끄는 시간)로 바뀌어야 한다. 여기에는 주가 주시는 영원을 향한 불변의 믿음이 바탕이 된 절대적인 새로움이 함께 한다. 그 삶은 죄에서 해방되었으므로 시간과 삶이 헤벨하지 않다. 하나님의 때(플레루)에 열매로 맺혀져 삶의 흔적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상으로 남게 된다. 최후의 심판이 아니라 새하늘과 새땅이 있다. 죽음 아닌 영생이 함께 한다. 허무가 아닌 사랑이 생동한다. 사는 방법은 믿음이란 것이다.

이것이 주님이 허락하신 시간(카이로스)에 우리에게 임하는 본질적으로 변화된 새로움(카이노스)이자 이 새로움 속에서 변질됨 없이 끝까지 인내하며 성화하며 승리하는 자만이 성취할 수 있는 결과인 것이다 (계21:3). 이는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로 말미암아 주어지는 것이다. 주의 은혜가 임하였다고 자동적으로 카이로스의 시간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요, 카이노스가 지속되는 것도 아니다. 은혜는 받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가꾸고 다듬어 성화시키며 더 나아가서는 나누어 주는 것이다. 이의 바탕은 역시 믿음이다. 그리고 성령의 인도하심으로 이루어진다.

믿음은 세상과 구분된 삶으로 나타난다(고후 7:1). 세상은 내가 주인이 되어 내 중심적이고 내 생각 내 마음대로 사는 것이라면 믿음은 하나님이 주인이시므로 성령님의 인도에 순종해서 주의 뜻대로 사는 것이다. 세상 방법을 떠나 하나님 방법으로 사는 것을 말한다(롬 12:1). 곧 말씀을 붙잡고 실행하며 하나님 사랑, 이웃사랑을 하며 영혼 구원과 하나님 나라와 그의 의를 먼저 구하고 모든 일을 주께 맡기는 삶이 우선하는 것이다. 오른 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이름도 빛도 없이, 모든 것을 움켜쥐는 것이 아니라 나눔이 있고, 몽땅 내려놓고, 살겠다가 아니라 죽으면 죽으리라는 결단, 거짓이 아닌 정직, 기만이 아닌 진실, 정죄가 아닌 회개와 관용, 진실된 구제와 섬김이 있고 심령이 가난하고, 애통하며, 온유하고, 의에 주리고, 긍휼히 여기고, 마음이 청결하며, 화평케 하며, 의를 위해 핍박받고 계명을 지키며 소금과 빛이 되도록 몸부림치는 삶을 말한다(마 5-7장).

이것들은 바로 우리가 구별된 시간(카이로스)을 영위하는데 있어서 주님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신 구체적인 삶의 내용이기도 하다. 우리 앞에 펼쳐진 새해의 시간들을 이리 살 때 하나님은 하나님의 때에 우리에게 개인적으로 또한 하나님의 경륜과 섭리안에서 주시는 결실들을 허락하실 것이다. 이것이 승리의 삶인 것이다.

올해도 사탄은 쉬지않고 삼킬 자를 찾아 나설 것이다. 이 영적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것은 이와 같은 승리의 삶을 사는 것이다. 사역이 아니다. 사역은 하나님의 백성이 하나님의 뜻에 따라 쓰임을 받는 것이다. Main은 삶이다. 사역은 이에 따르는 것이다. 하나님이 가장 원하시는 것은 이 땅에서 거듭난 자로써 거룩한 삶(벧전 1:15)을 살아 하나님 나라를 소유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같이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진 자가 되기를 원하시는 것이다 (마 6:10). 그래야 이 땅에서도 하나님의 나라와 뜻(구속사)이 펼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즈음의 교회들은 사역이 앞서고 있고 이에 얽매이는 모습들이다. 본연의 것에 충실해야하고 한시라도 놓치고 살아서는 실패한다. 자신을 사역에 앞세워서도 아니된다. 그리될 때 모두가 허사가 된다. 올 한 해를 주님이 주신 새로움(카이노스)속에서 믿음을 가지고 승리의 삶(카이로스)을 삶으로써 주어지는 순간순간들이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는 많은 역사가 우리 자신으로부터 시작되고 번져 나가 많은 열매들이 맺어져 하나님이 인정하는 자, 기뻐하시는 자가 되어야 하겠다.